"의무기간 다 채웠는데 철거비를 내라고요?" — 렌탈, 의무사용기간이 끝나도 남는 돈 세 가지
"3년 다 썼으니까 이제 그냥 가져가시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정수기를 바꾸려던 손님이 렌탈 회사에 해지 전화를 걸기 전에 저희에게 먼저 물어보신 말입니다. 계약서를 같이 펼쳐 보니 '의무사용기간 36개월' 아래에 '렌탈기간 60개월'이 따로 적혀 있었어요. 손님은 그 두 줄을 같은 기간으로 알고 계셨습니다.

이 두 줄 차이로 생기는 다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정수기 렌탈 해지 비용 피해구제 신청을 분석했더니 **10건 중 8건 가까이(77.1%)**가 의무사용기간이 끝난 뒤에 접수됐어요. "이제 위약금 없다"고 생각하고 해지했는데 철거비나 할인받았던 렌탈료 청구서가 날아온 경우들입니다.
이 글은 의무사용기간이 끝난 다음 해지할 때 무엇이 청구될 수 있는지, 그게 정당한지 따지는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남은 기간을 채울지 지금 끊을지 판단하는 법을 정리합니다. 의무기간 안에 해지할 때의 위약금 계산은 안마의자 렌탈 해지 비용 글 (새 창에서 열림)에서 먼저 다뤘어요. 오늘은 그 다음 구간 이야기입니다.
의무사용기간과 렌탈기간은 다른 기간이에요
렌탈 계약서에는 기간이 보통 두 개 나옵니다.
의무사용기간은 "이 기간 안에 해지하면 위약금을 낸다"는 기간이에요. **렌탈기간(계약기간)**은 계약 자체가 유지되는 전체 기간입니다. 두 기간이 같은 상품도 있지만 의무사용기간이 더 짧고 렌탈기간이 그 뒤로 더 이어지는 상품도 많습니다.
"그럼 의무기간이 끝나면 뭐가 달라지는 거예요?"
위약금이 없어집니다. 거기까지예요. 계약은 렌탈기간이 끝날 때까지 살아 있고 제품 소유권도 대개 그때까지 렌탈 회사에 있어요. 삼성전자 AI 구독 약관은 이 부분을 분명하게 적어 두었습니다. 소유권은 총 계약기간 동안 회사에 있고 계약기간이 끝난 뒤 미납 요금이 없으면 고객에게 넘어간다고 해요.
그래서 의무기간과 렌탈기간 사이에 해지하면 상황이 애매해집니다. 위약금은 없지만 회사 소유인 기기를 가져가야 하니 그 비용을 누가 내느냐가 남아요. 소비자원 조사에서 다툼이 몰린 곳이 바로 이 구간입니다.
의무기간이 끝나도 청구될 수 있는 돈 세 가지
의무사용기간 이후 해지할 때 청구서에 오를 수 있는 항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① 회수비·철거비. 기사가 와서 기기를 떼고 실어 가는 비용이에요. LG전자는 이용가이드 FAQ에 "의무사용기간 경과 여부와 무관하게" 총 계약기간 안에 고객이 해지하면 회수비를 받는다고 적었습니다. 2026년 3월 24일 기준 금액은 정수기 50,000원, 공기청정기 39,000원, 안마의자 73,000원이에요.
② 할인 반환금. 장기 계약 조건으로 렌탈료를 깎아 줬거나 등록비를 면제해 줬다면 그 일부를 돌려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SBS Biz 보도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의무사용기간을 '위약금만 면제되는 기간'으로 보고 철거비와 그동안 할인해 준 렌탈료를 받아 왔다고 해요.
③ 사은품·등록비 관련 비용. 가입 때 받은 사은품이나 면제받은 등록비를 계약서에서 어떻게 정했는지에 따라 청구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AI 구독 약관은 중도해지 때 받은 혜택을 반환하고 등록비 10만 원을 내도록 정해 두었어요.
"계약서에 그런 말 없었는데요?"
이 질문이 중요합니다. 바로 아래 기준으로 따져 보면 되거든요.
정당한 청구인지는 계약서가 가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제2025-14호)은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안마의자 같은 장기 렌탈을 '장기 물품대여서비스업'으로 묶어 기준을 정해 두었습니다. 소비자 사정으로 해지할 때 기준은 이렇습니다.
| 해지 시점 | 위약금 기준 | 함께 볼 조건 |
|---|---|---|
| 의무사용기간(1년 초과) 안 | 남은 의무기간 임대료의 10% | 철거비는 계약서 명시·고지된 경우만 |
| 의무사용기간 끝난 뒤 | 위약금 기준 없음 | 철거비는 계약서 명시·고지된 경우만 |
| 장기유지 할인을 받은 경우 | — | 할인·면제액 중 남은 기간분(일할) 반환 |
핵심은 비고란의 한 줄입니다. 철거비용 등은 소비자가 부담하되 청구 사실과 금액이 약관이나 계약서에 명시되고 고지된 경우에 한한다고 적혀 있어요. 거꾸로 말하면 계약서에도 약관에도 없던 철거비를 해지 때 처음 꺼낸다면 따져 볼 여지가 있습니다.
할인 반환도 마찬가지입니다. 분쟁해결기준은 장기유지 조건으로 받은 면제·할인 금액 가운데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만큼만 일할 계산해 돌려주도록 정해 두었어요. 다만 이 고시는 분쟁이 생겼을 때 합의·권고의 기준이지 모든 계약을 바꾸는 법은 아닙니다. 회사 약관에 '누적 할인액 전액 환수'가 적혀 있는 경우도 있으니 내 계약서 문구부터 확인해야 해요.

소비자원이 1월에 짚은 것
이 문제가 크게 알려진 건 2026년 1월 14일 소비자원 발표 이후입니다. 소비자원은 2022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접수된 정수기 렌탈 피해구제 83건을 분석했어요. 의무사용기간이 끝난 뒤 해지하면서 생긴 사례가 **64건(77.1%)**이었습니다.
렌탈 회사 10곳의 계약서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의무기간 뒤에도 해지 비용이 생긴다는 점을 핵심 약관에 분명히 적은 곳은 **1곳(LG전자)**뿐이었어요. 4곳은 계약기간 중 해지할 때의 철거비만 적었고 5곳은 아예 언급이 없었습니다. 소비자원은 안내가 부족한 9곳에 개선을 권고했고 업체들은 계약서를 고쳤다고 해요.
"그럼 지금 계약하는 사람은 괜찮은 거죠?"
새 계약서에는 더 잘 보이게 적혀 있을 겁니다. 문제는 그 전에 계약한 분들이에요. 3년·5년짜리 계약은 1월 이전에 맺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지금 해지를 앞둔 분은 예전 계약서를 기준으로 따져야 합니다.
예시로 계산해 보면
숫자로 보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이에요. 실제 금액은 계약서에 따라 다릅니다.
가정: 월 렌탈료 3만 원 정수기 / 의무사용기간 36개월 / 렌탈기간 60개월 / 회수비 5만 원(계약서 명시) / 할인 없음 / 40개월째에 해지 검토
| 선택 | 더 나가는 돈 | 끝나면 |
|---|---|---|
| 지금 해지 | 회수비 5만 원 | 기기 반납 |
| 60개월까지 채우기 | 남은 20개월 × 3만 원 = 60만 원 | 소유권 넘어옴(약관 확인) |
| 해지 후 다른 렌탈 | 회수비 5만 원 + 새 계약 렌탈료 | 새 의무기간 시작 |
정수기를 어차피 바꿀 생각이라면 남은 20개월을 채우는 것보다 회수비를 내고 해지하는 쪽이 훨씬 쌉니다. 반대로 기기가 멀쩡하고 앞으로도 계속 쓸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남은 렌탈료를 내는 대신 기기가 내 것이 되고 그 사이 관리도 계속 받으니까요.
"그럼 5만 원만 내면 깔끔하게 끝나는 거네요?"
할인을 받았던 계약이면 계산이 하나 더 붙습니다. 할인 반환금이 몇만 원 단위로 붙으면 "지금 해지"가 생각만큼 싸지 않을 수 있어요. 렌탈 회사에 해지 예상 금액을 항목별로 먼저 물어보세요.
그래서 지금 해지할까, 채울까?
지금 해지해도 괜찮은 경우
- 남은 렌탈기간이 길고 어차피 다른 제품으로 바꿀 계획인 경우
- 계약서에 적힌 회수비가 남은 렌탈료보다 확실히 적은 경우
- 이사 등으로 이전 설치비가 회수비보다 더 나올 것 같은 경우(이전 설치비는 업체 확인)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경우
- 렌탈기간 만료가 몇 달 안 남았고 기기 상태가 좋은 경우(채우면 소유권이 넘어오는 상품인지 먼저 확인)
- 장기유지 할인을 크게 받아서 반환금이 얼마인지 아직 모르는 경우
- 계약서에 없던 철거비를 요구받아 다툼 소지가 있는 경우. 먼저 서면으로 근거를 받아 두세요
만료 뒤도 미리 생각해 두면 좋습니다. 소유권이 넘어온 다음 방문 관리가 끝나는지, 유료로 이어갈 수 있는지는 업체마다 달라요. 렌탈 대신 사서 쓰는 경우 비용이 어떻게 갈리는지는 정수기 렌탈 vs 구매 5년 총비용 글 (새 창에서 열림)에서 계산해 두었습니다.
해지 전화 걸기 전 체크리스트
- 계약서에서 기간 두 개를 찾으세요. 의무사용기간과 렌탈기간(계약기간)이 각각 몇 개월인지, 오늘이 몇 개월째인지 적어 둡니다.
- 소유권 이전 조건을 확인하세요. 렌탈기간이 끝나면 넘어오는지, 미납이 없어야 하는지 같은 조건을 봅니다.
- 회수비·철거비 조항을 찾으세요. 금액이 계약서나 약관에 적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적혀 있다면 그 금액이 맞는지만 확인하면 돼요.
- 할인·면제 조건을 확인하세요. 장기 약정 할인이나 등록비 면제를 받았다면 해지 때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지 봅니다.
- 해지 예상 금액을 항목별로 받으세요. 위약금·회수비·할인 반환·사은품을 나눠서 문자나 메일로 받아 두면 나중에 다툼이 생겨도 증거가 됩니다.
- 남은 렌탈료와 비교하세요. 남은 개월 수 × 월 렌탈료를 계산해 해지 비용과 나란히 놓고 결정합니다.
- 납득이 안 되면 1372에 상담하세요. 계약서에 없던 비용을 요구받았다면 소비자상담센터(1372)에서 상담받고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의무사용기간이 끝났으면 위약금은 정말 없나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위약금 기준은 의무사용기간 잔여 임대료를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의무기간이 끝났다면 위약금 자체는 보통 없어요. 다만 회수비나 할인 반환금은 위약금과 별개 항목이라 따로 청구될 수 있습니다.
Q. 회수비는 얼마가 보통인가요? 업체·품목마다 다릅니다. LG전자는 정수기 5만 원, 공기청정기 3만 9천 원, 안마의자 7만 3천 원을 공개해 두었어요(2026년 3월 24일 기준). 내 계약의 금액은 계약서와 약관에서 확인하세요.
Q. 계약서에 철거비 얘기가 없었는데 내라고 해요. 분쟁해결기준은 철거비를 청구 사실과 금액이 약관이나 계약서에 명시되고 고지된 경우에만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정했습니다. 어디에 근거가 있는지 서면으로 요청하고 납득되지 않으면 1372에 상담하세요.
Q. 렌탈기간까지 다 채우면 기기는 무조건 제 것이 되나요? 무조건은 아니에요. 계약기간 만료 후 소유권이 넘어오도록 정한 약관이 많지만 미납 요금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도 하고 상품마다 다릅니다. 계약서의 소유권 조항을 확인하세요.
Q. 인터넷 약정 만료랑 비슷한 건가요? 구조가 닮았어요. 인터넷도 약정이 끝나면 위약금이 사라지지만 장비 반납 같은 일은 남습니다. 인터넷 쪽 이야기는 인터넷 약정 만료 글 (새 창에서 열림)에 정리해 두었어요.
마무리
의무사용기간이 끝나면 사라지는 건 위약금뿐입니다. 회수비, 할인 반환금, 사은품 관련 비용은 렌탈기간이 끝날 때까지 남을 수 있어요. 다만 그 비용이 계약서나 약관에 적혀 있지 않았다면 그대로 낼 필요는 없습니다. 해지 전에 기간 두 개, 소유권 조건, 회수비 조항부터 찾아보세요. 계약 직후 마음이 바뀐 경우라면 렌탈 청약철회 7일·14일 글 (새 창에서 열림)이 먼저입니다.
새로 렌탈을 알아보는 중이라면 계약 전에 브랜드별 의무사용기간과 렌탈기간, 소유권 이전 시점, 해지 비용을 나란히 놓고 보세요. 옆커폰 렌탈 페이지에서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안마의자 조건을 한 번에 비교하고 상담받으실 수 있습니다. 렌탈 조건 비교하기 (새 창에서 열림)
참고 자료
-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25-14호, 2025.12.18 시행) 별표 Ⅱ 장기 물품대여서비스업 —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행정규칙/소비자분쟁해결기준 (새 창에서 열림)
- 정수기 렌탈 의무사용기간 이후 해지비용 고지 강화 (아시아경제, 2026.01.14) https://view.asiae.co.kr/en/article/2026011409225465814 (새 창에서 열림)
- 정수기 약정 끝났는데 철거비?…계약서 '이것' 확인하세요 (SBS Biz, 2026.01.14) https://biz.sbs.co.kr/amp/article/20000284874 (새 창에서 열림)
- 정수기 렌탈 계약서 해지 비용 고지 강화 (YTN, 2026.01.14) https://www.ytn.co.kr/_ln/0102_202601142300286542 (새 창에서 열림)
- 의무 사용 지났는데 돈 내라고?…정수기 렌탈 무슨 일? (SBS Biz, 2025.05.30) https://biz.sbs.co.kr/amp/article/20000237837 (새 창에서 열림)
- LG전자 이용가이드 FAQ — 가전 구독 위약금·회수비(2026.03.24 기준) (LG전자 공식) https://www.lge.co.kr/support/usage-guide-faq (새 창에서 열림)
- 삼성전자 AI 구독 이용약관(2026.09.28 시행) — 소유권·중도해지 조항 (삼성전자 공식) https://www.samsung.com/sec/aisc/terms/610/770 (새 창에서 열림)
고시·약관은 2026년 10월 28일 확인한 현행 내용이고 업체 금액은 각 페이지에 표시된 기준일을 따릅니다. 예시 계산은 가정입니다. 실제 해지 비용은 계약서·약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업체에 항목별 금액을 확인하시고 다툼이 생기면 소비자상담센터(1372)에 문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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