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기사님 가시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어요" — 렌탈 계약, 위약금 없이 물릴 수 있는 7일과 14일
"정수기 설치한 지 열흘 됐어요. 그런데 친구가 같은 모델을 더 싸게 했더라고요. 지금 해지하면 위약금이 얼마나 나와요?"
렌탈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전화가 꼭 옵니다. 집에 방문한 영업 사원 설명을 듣고 그 자리에서 사인했거나, 전화 상담 한 통으로 계약하고 다음 주에 설치를 받은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 손님에게 먼저 필요한 단어는 '해지'가 아닙니다. 청약철회입니다.

해지는 계약을 이어 가다가 중간에 끝내는 겁니다. 그래서 위약금과 회수비가 붙어요. 청약철회는 계약을 처음부터 없던 일로 되돌리는 권리입니다. 법이 정한 기간 안에만 쓸 수 있고 그 기간 안이라면 업체는 위약금을 받을 수 없어요. 문제는 그 기간이 7일 또는 14일로 짧다는 점입니다. 날짜를 넘기면 같은 요청이 '해지'로 바뀌고 계산서도 달라져요.
이 글은 렌탈을 막 계약한 분이 그 짧은 기간 안에 확인할 것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이미 기간이 지나 해지 비용이 궁금한 분은 안마의자 렌탈, 2년 쓰고 해지하면 얼마일까 (새 창에서 열림)를, 의무사용기간·소유권 이전 같은 계약 구조가 낯선 분은 정수기 렌탈 vs 구매, 5년 총비용 계산 (새 창에서 열림)을 먼저 보시면 이해가 빨라요.
해지와 철회는 내는 돈이 다릅니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확 드러납니다. LG전자 이용가이드 FAQ(2026년 3월 24일 기준)는 가전 구독을 의무사용기간 안에 해지하면 위약금을 이렇게 매긴다고 안내해요. 1년 안이면 남은 의무사용기간 총요금의 30%, 1~2년이면 20%, 2년이 지나면 **10%**입니다. 위약금은 할인 전 기본요금으로 계산하고 회수비가 따로 붙어요. 정수기 회수비는 50,000원, 공기청정기는 39,000원입니다.
이 기준에 숫자를 넣어 보겠습니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 가정이에요.
| 가정: 정수기, 기본요금 월 3만 원, 의무사용 36개월 | 설치 3주 뒤 해지 | 설치 3주 뒤 철회 |
|---|---|---|
| 위약금 | 남은 35개월 × 3만 원 × 30% = 31만 5천 원 | 0원 |
| 회수비 | 5만 원 | 판매 방식에 따라 0원 또는 반환 비용 |
| 사은품 | 반환 또는 비용 청구 | 반환 |
| 합계(사은품 제외) | 약 36만 5천 원 | 0원~반환 비용 |
같은 날 같은 정수기를 돌려보내는데 이름만 다를 뿐입니다. 그런데 한쪽은 36만 원이 넘고 다른 쪽은 0원에 가깝죠. 그래서 "해지하면 얼마예요?"라고 묻기 전에 내 계약이 아직 철회 기간 안인지 따져 봐야 합니다.
내 계약은 7일일까, 14일일까
철회 기간은 렌탈 회사가 아니라 계약을 맺은 방식으로 갈립니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정수기라도 어디서 어떻게 사인했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달라요.
| 계약한 방식 | 적용되는 법 | 철회 기간 | 돌려보내는 비용 |
|---|---|---|---|
| 영업 사원이 집·직장에 찾아와 계약 | 방문판매법 | 14일 | 업체 부담 |
| 전화로 권유받아 계약 | 방문판매법(전화권유판매) | 14일 | 업체 부담 |
| 홈페이지·앱·쇼핑몰·홈쇼핑에서 신청 | 전자상거래법(통신판매) | 7일 | 단순변심이면 소비자 부담 |
| 대리점·매장에 직접 가서 계약 | 법정 철회권 없음 | 약관·계약서에 따름 | 약관에 따름 |
방문판매법은 영업소나 대리점 같은 사업장 밖에서 권유해 맺은 계약을 방문판매로 봅니다. 밖에서 권유해 매장으로 데려가 계약한 경우도 여기에 들어가요. 반대로 내가 스스로 매장을 찾아가 계약했다면 법이 정한 철회권은 없습니다. 이때는 업체 약관에 철회 조항이 있는지가 전부예요. 마트 행사장 부스처럼 애매한 자리에서 계약했다면 판단이 갈릴 수 있으니 계약서와 함께 소비자상담센터(국번 없이 1372)에 물어보세요.
"상담은 전화로 받았는데 신청은 링크 눌러서 했어요."
이런 경우가 제일 헷갈립니다. 권유가 전화로 시작됐는지, 내가 먼저 사이트를 찾아 신청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요. 기간이 더 짧은 쪽(7일)에 맞춰 움직이는 게 안전합니다.
날짜는 언제부터 세나요
방문판매법은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을 셉니다. 계약서는 먼저 받았는데 제품이 늦게 왔다면 제품을 받은 날부터 14일이에요. 전자상거래법도 구조가 같고 기간만 7일입니다. 렌탈은 계약하고 며칠 뒤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은 설치일이 기준이 됩니다.
기간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어요. 방문판매법은 다음 네 가지를 따로 정해 둡니다.
- 계약서를 아예 못 받았거나, 계약서에 업체 주소가 없으면 업체 주소를 알게 된 날부터 14일
- 계약서에 청약철회 안내가 빠져 있으면 철회할 수 있다는 걸 안 날부터 14일
- 업체가 철회를 방해했다면 방해가 끝난 날부터 14일
- 업체와 법보다 긴 기간을 약정했다면 그 기간
"계약서요? 태블릿에 사인만 했는데요."
전자 계약이라도 계약 내용을 문자나 메일로 받았는지 확인해 보세요. 받은 게 없다면 그 사실이 기간 계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받은 서류와 문자부터 한곳에 모아 두세요.
설치까지 했는데 철회가 되나요
손님들이 제일 많이 막히는 지점입니다. 법은 철회할 수 없는 경우를 정해 두었어요. 소비자 잘못으로 제품이 망가졌거나, 써서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 경우입니다. 다만 내용을 확인하려고 포장을 뜯은 건 훼손으로 보지 않아요. 또 업체가 "이건 철회가 안 된다"는 사실을 미리 분명하게 표시하지 않았다면 사용이나 시간 경과를 이유로 철회를 막을 수 없습니다.

업체 약관은 이보다 좁게 적혀 있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삼성전자 AI 구독 이용약관(2026년 9월 28일 시행)은 계약 성립 후 7일 이내 단순변심 철회를 받아 줍니다. 대신 설치 기사가 제품을 개봉해 제자리에 설치하고 정상 작동을 확인한 뒤 고객이 인수 서명을 하면 단순변심 철회는 안 된다고 적어 두었어요. 철회하는 경우에도 정수기·공기청정기처럼 소모품이 있는 제품은 소모성 부품 비용을 받고 사은품과 혜택은 돌려받습니다.
법 조문과 약관이 말하는 범위가 이렇게 다르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그 자리에서 다투기보다는, 업체가 철회를 거절한 이유를 문자나 서면으로 받아 두는 것이 순서예요. 그 기록을 들고 1372에 상담하면 됩니다.
"설치 기사님이 사인하라고 해서 그냥 했는데요."
그 서명이 무엇을 확인하는 서명이었는지는 약관마다 다릅니다. 앞으로 계약할 분이라면 설치 당일 서명 전에 "이 서명 뒤에도 철회가 되나요?"를 한 번 물어보세요.
광고나 계약 내용과 다른 제품이 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단순변심이 아니라서 기간도 넉넉해요. 제품을 받은 날부터 3개월, 다르다는 걸 안 날부터 30일 안에 철회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돌려보내는 비용은 판매 방식과 관계없이 업체가 냅니다.
돌려보낼 때 드는 돈은 누가 내나요
판매 방식에 따라 갈립니다. 방문판매·전화권유판매로 맺은 계약을 철회하면 반환 비용은 업체가 부담하고 업체는 철회를 이유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어요. 온라인 같은 통신판매에서 단순변심으로 철회하면 반환 비용은 소비자 부담입니다.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은 이 경우에도 청구할 수 없고요.
그 밖에 알아 둘 돈이 세 가지 있어요.
- 사용한 만큼의 비용. 두 법 모두 제품을 일부 쓴 경우 그 사용으로 얻은 이익이나 공급에 든 비용을 대통령령이 정한 범위 안에서 청구할 수 있게 해 둡니다. 위에서 본 소모성 부품 비용이 이런 성격이에요.
- 사은품. 계약 때 받은 사은품은 돌려줘야 합니다. 상자와 구성품을 버리지 말고 그대로 두세요.
- 이미 낸 돈. 업체는 제품을 돌려받은 날부터 3영업일 안에 환급해야 합니다. 카드로 결제했다면 업체가 카드사에 청구 정지나 취소를 요청해야 해요. 늦어지면 지연배상금이 붙습니다.
방문판매로 계약했다면 계약서에 나온 판매 대리점과 렌탈 본사, 돈을 받은 곳이 서로 다르기도 해요. 방문판매법은 이들이 환급 의무를 연대해서 지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대리점에 말하세요", "본사 소관입니다" 하고 서로 미루면 그 사실도 기록해 두세요.
그래서 철회할까, 그냥 쓸까?
철회를 서두르는 게 나은 경우
- 다른 곳 조건이 확실히 좋고 그 조건을 서면(견적서·문자)으로 받아 두었다
- 설치해 보니 우리 집 싱크대·전원·공간과 맞지 않아 계속 쓰기 어렵다
- 계약 때 들은 월 요금, 카드 할인 조건, 의무사용기간이 계약서와 다르다
- 앞으로 1~2년 안에 이사나 합가가 예정돼 있었는데 계약 때 깜빡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경우
- 차이가 월 몇백 원 수준이라 반환 비용과 다시 설치하는 수고가 더 크다
- 마음에 걸리는 건 관리 주기뿐이고 업체에 바꿔 달라고 하면 해결된다
- 철회 기간이 이미 지났다. 이때는 해지 계산서를 먼저 받아 보고 명의 승계 같은 다른 길이 있는지 물어보세요
철회하기 전 체크리스트
- 계약 방식을 적어 두세요. 방문, 전화, 온라인, 매장 중 어디였는지, 처음 연락이 누구 쪽에서 왔는지를 적습니다.
- 기간의 시작일을 확인하세요. 계약서 받은 날과 설치일 가운데 늦은 날을 기준으로 7일 또는 14일을 달력에 표시합니다.
- 계약서와 문자를 모으세요. 업체 주소와 청약철회 안내가 계약서에 있는지 봅니다. 없다면 사진을 찍어 둡니다.
- 철회는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하세요. 방문판매법은 서면 철회가 발송한 날 효력을 낸다고 정해 두었어요. 내용증명 우편이 가장 확실합니다. 문자·메일로 보낼 때도 발송 화면을 캡처해 두세요. 전화만 하고 끝내지 마세요.
- 제품과 사은품은 그대로 두세요. 박스와 구성품을 버리지 말고 더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 환급과 카드 취소를 확인하세요. 반환 뒤 3영업일 안에 환급되는지, 다음 달 카드 명세서에 렌탈료가 또 찍히지 않는지 봅니다.
"내일 전화 드릴게요" 하고 미루다 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제일 아깝습니다. 철회하겠다는 의사부터 기간 안에 기록으로 남겨 두세요. 수거 날짜는 그다음에 잡아도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설치하고 정수기 물을 며칠 마셨는데도 철회가 되나요? 제품을 썼다는 사실만으로 철회가 막히지는 않아요. 법은 사용으로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 경우와 업체가 미리 철회 불가를 분명히 알린 경우를 따로 보거든요. 다만 업체가 사용분이나 소모품 비용을 청구할 수 있고 약관에 더 좁은 조건을 두는 회사도 있습니다. 거절당하면 이유를 서면으로 받아 1372에 상담하세요.
Q. 전화로 상담받고 계약했는데 7일인가요, 14일인가요? 업체가 전화로 권유해서 맺은 계약이면 방문판매법의 전화권유판매로 14일이 적용됩니다. 내가 먼저 사이트를 찾아 신청했다면 통신판매로 보아 7일이 될 수 있어요. 애매하면 7일 안에 움직이세요.
Q. 매장에 직접 가서 계약했으면 철회가 아예 안 되나요? 법이 정한 청약철회권은 없습니다. 하지만 약관에 따로 철회 기간을 두는 회사도 있으니 계약서와 약관부터 확인하세요.
Q. 사은품으로 받은 상품권을 벌써 썼어요. 사은품은 돌려주는 게 원칙이라 업체가 그 금액을 청구할 수 있어요. 계약서에 사은품 가격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 확인하고 청구 금액이 맞는지 따져 보세요.
Q. 철회 기간이 지났으면 방법이 없나요? 그때부터는 해지입니다. 위약금·회수비·사은품 반환이 어떻게 계산되는지는 안마의자 렌탈 해지 비용 글 (새 창에서 열림)에서 항목별로 정리해 두었어요. 휴대폰을 막 개통했다가 무르고 싶은 경우는 규칙이 또 다르니 개통철회 글 (새 창에서 열림)을 참고하세요.
마무리
렌탈을 무르고 싶다면 위약금 계산보다 달력부터 보셔야 합니다. 방문·전화로 계약했다면 14일, 온라인이라면 7일 안에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철회 의사를 보내세요. 그 기간이 지나면 같은 반납도 해지가 돼서, 위 예시처럼 30만 원대 계산서가 나올 수 있어요. 설치 당일 서명 전에 철회 조건을 묻는 것도 잊지 마세요.
계약 전에 브랜드별 조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더 싼 데가 있었네" 하는 후회 자체가 줄어듭니다. 옆커폰 렌탈 페이지에서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안마의자 브랜드별 월 렌탈료와 의무사용기간, 관리 방식을 한 번에 비교해 보세요. 상담 때 위 체크리스트로 철회 기간과 반환 비용도 같이 물어보시면 됩니다. 렌탈 조건 비교하기 (새 창에서 열림)
참고 자료
-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8조·제9조(2026.10.02 시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새 창에서 열림)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제18조(2026.07.21 시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전자상거래등에서의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 (새 창에서 열림)
-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25-14호) 대상품목 — 장기 물품대여서비스업 https://www.law.go.kr/행정규칙/소비자분쟁해결기준 (새 창에서 열림)
- 삼성전자 AI 구독 이용약관(2026.09.28 시행) — 청약철회·중도해지 조항 (삼성전자 공식) https://www.samsung.com/sec/aisc/terms/610/770 (새 창에서 열림)
- LG전자 이용가이드 FAQ — 가전 구독 위약금·회수비(2026.03.24 기준) (LG전자 공식) https://www.lge.co.kr/support/usage-guide-faq (새 창에서 열림)
- 한국소비자원 정수기 렌탈 10개사 조사, 의무사용기간 이후 해지비 고지 개선 권고 (아시아경제, 2026.01.14) https://view.asiae.co.kr/en/article/2026011409225465814 (새 창에서 열림)
- 정수기 렌탈 피해구제 3년 1,462건, 계약 관련 56% (SBS Biz, 2025.05.30) https://biz.sbs.co.kr/amp/article/20000237837 (새 창에서 열림)
법령은 2026년 10월 21일 현행 조문 기준이고 업체 약관·FAQ 수치는 각 페이지에 표시된 기준일을 따릅니다. 예시 계산은 같은 월 요금을 가정한 비교용이에요. 실제 철회 가능 여부와 비용은 계약 방식과 계약서·약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다툼이 생기면 소비자상담센터(1372)에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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